2017년 3월, 미국의 과학지 Science에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암을 일으키는 DNA변이의 약 66%는 세포가 분열할때 일어나는 DNA복제시의 우연한 오류로 생기고, 담배나 자외선 등의 환경요인에 의한 변이는 29%정도이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변이는 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환경요인으로 강조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물론 앞으로로도 금연 등의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는 점은 당연하다) 암발생의 주 원인이 DNA의 복제오류라고 한다면, DNA변이를 조기에 검출해 그 변이 정보를 이용한 '암백신'같은 면역 요법의 개념으로 암 발생을 예방하는데 더욱 주력해야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혈액에 들어 있는 암의 '조각'을 찾아낸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을까? 현재 암 진단은 주로 X선을 사용한 영상진단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검진에서 이상이 있다고 진단될 경우 정밀 검사로 옮겨 내시경이나 CT, MRI를 사용함으로써 더욱 상세하게 진단된다. 이런 영상진단에서는 지름 1센티미터보다 작은 암조직을 포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암진단을 귀찮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암 검진을 받는 비율이 낮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조기 진단, 조기치료로 이어지도록 지금 '종양 표지자' 탐색이 정력적으로 계속된다. 종양 표지자란 암의 진행정도에 따라 생체 안에 들어 있는 양이 변하는 단백질 등의 물질을 말한다. 뛰어난 종양표지자가 있으면 간단한 채혈로 암의 진행 정도를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자각 증상이 없는 단계부터 암의 진행을 막는 처치를 할 수 있다. 나카스라 데스야(일본 국립암연구센터)의 연구그룹은 현재 간암의 종야 표지자로 '글리피칸3'이라는 단백질의 성질을 조사한다. 글리피칸3은 주로 간의 암세포가 분비하는 한편 정상적인 세포에서는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그래서 간암이 생기면 글리피칸3의 혈중농도가 상승한다. 이 점에서 혈액속의 글리피칸3을 측정함으로써 간암의 조기 발견이나 재발예측에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글리피칸3을 비롯해 현재 연구되는 종양표지자는 그 단독으로 암 유무를 확정하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영상 진단보다 예민하여 조기진단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종양표지자의 탐색과 아주 미량의 단백질로도 측정할 수 있는 기기의 개발이 진행 중 이다.
혈액속에 흐르는 DNA로부터 암을 진단
나아가 단백질과는 다른 종양표지자의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혈액 속을 흐르는 '혈중 순환 암세포'의 검출이다. 환자의 혈액 속에는 백혈구 같은 혈액 세포 1억개에 대해 암세포가 1개 정도 흐르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김서방찾아 내듯이, 혈액 속에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집어내는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 미국의 기업 베리덱스가 개발한 '셀서치'는 혈액속에서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의 암세포를 골라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FDA에 의해 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이 인정되었다. 나아가 DNA염기 배열을 고속으로 해독하는 차세대 시퀀서를 활용하여 혈액에서 꺼낸 암세포의 DNA나 혈액속에 들어 있는 DNA의 염기배열을 정밀하게 해독하는일이 가능해 지고있다. 그리고 해독한 DNA가 정상세포의 것인지 암세포의 것인지를 판별하는 일도 가능하다. 즉 환자의 혈액만 있으면 이미 소개한 '정밀 의료'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 항암제의 효과 판정은 CT, MRI,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를 활용해 암조직의 크기변화로 판단한다. 그러나 혈액속을 순환하는 암세포나 혈중DNA검사를 사용하면 영상 진단보다 빨리 치료효과를 판정할 수도 있다. 나아가 암의 발병이나 재발, 전이 예측이나 조기 진단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백신으로 암의 발병을 미리 막는다
현재 조기진다, 조기치료 뿐 아니라 암을 예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중이다. 그중 하나가 '암백신'이다. 백신이란 일반적으로 독성을 없애거나 약하게 한 병원체나 그 일부를 몸속에 미리 투여하고, 나중에 그 병원체가 몸속에 들어왔을 경우에 그것을 없애는 치료법을 가리킨다. 이들 물질을 미리 몸속에 넣어 두면 몸속의 면역계가 그 병원체에 대한 공격준비를 갖춘다. 그래서 강력한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는 면역계가 재빨리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즉 백신은 면역계에 공격대상의 정보를 기억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예를 들자면 자궁경부암에는 인유두종 바이러스를 간암에는 B형간염 바이러스 등 특정 바이러스가 각각 암을 발병시키는 하나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암 예방을 위해 각각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사용된다. 한편 지금까지 암세포 자체의 정보를 사용한 예방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개개인의 모든 유전자 변이를 쉽게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개별화 암백신'의 제작이 가능해지리라고 생각된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유전자 변이에 의해 만들어지는 '네오안티젠'이라는 펩티드는 정상 세포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다. 그래서 세포상해성 T세포는 그것을 적으로 간주해 공격한다. 따라서 네오안티젠을 미리 투여함으로써 암을 예방할 수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은 네오안티젠을 사용한 개별화 암 백신 요법이 암의 치료법이나 재발 예방법으로 유효한지를 확인하는 임상 시험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나아가 'TCR유전자 변형 T세포 요법'에서도 환자 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네오안티젠에 맞춘 TCR의 유전자를 도입함으로써, 면역 요법에 의한 개별화 치료를 하는 일도 꿈은 아니게 된다. 그리고 혈액속을 흐르는 암 DNA의 분석과 조합시킴으로써, 환자의 암 조직 정보가 없어도 장래에는 암이 발병하지 않은 사람도 이 개별화 암 백신으로 암 예방이 가능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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